1. 사건 개요

한 아파트 단지가 단지 종합보험(화재보험)과 재난배상책임보험을 서로 다른 손해보험사에 가입해 두었습니다. 재난배상책임보험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일정 시설 소유·관리·점유자가 의무적으로 들어야 하는 보험입니다.

한 세대에서 화재가 발생해 공용부분과 다른 세대에 피해가 생겼고, 종합보험사가 피해자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했습니다. 이후 종합보험사는 피해자들이 발화세대 입주자에게 가지는 손해배상청구권을 보험자대위로 행사한다며, 재난배상책임보험사를 상대로 구상금을 청구했습니다. 그런데 원심은 발화세대 입주자의 공작물책임 등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2.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의무보험이라는 점과 보험금 지급의무의 발생 요건을 분리해 판단했습니다. 결론적으로 구상 청구를 기각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고 보았습니다.

의무보험이라도 내용은 약관으로 재난안전법이 가입을 의무화하더라도, 실제 보장 내용은 보험자와 계약자가 맺은 보험계약서·약관으로 정해집니다. 약관이 책임보험만 정하고 있다면 그 보험은 책임보험으로 해석됩니다.
책임보험의 지급 요건 이 사건 약관은 ‘피보험자가 과실 여부와 관계없이 피해자에게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경우 이를 보상한다’는 책임보험(상법 제719조)입니다. 따라서 피보험자에게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어야 비로소 보험금 지급의무가 생깁니다.
배상책임이 없으면 보험금도 없음 발화세대 입주자의 배상책임이 인정되지 않은 이상 책임보험사의 지급의무도 발생하지 않고, 그 결과 보험자대위로 행사할 권리도 없습니다. 보험금 지급책임이 있다고 본 원심 이유 일부는 적절하지 않지만, 청구를 기각한 결론은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3. 보험설계사 실무 포인트

‘의무보험=무조건 보상’이 아님: 의무가입보험이라도 어떤 손해를 어떻게 보장하는지는 약관에 달려 있습니다. 재난배상책임보험처럼 책임보험으로 설계된 경우, 배상책임이 인정되어야 보험금이 나온다는 점을 이해하고 안내하면 오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책임보험과 재산보험의 구분: 화재보험(재산보험)은 내 재산 손해를 메우고, 배상책임보험은 남에게 진 법률상 배상책임을 보장합니다. 같은 화재라도 어느 보험에서 무엇이 보장되는지 성격이 다르므로, 계약 안내 시 두 보험의 역할 차이를 짚어 두면 도움이 됩니다.
‘과실 불문’ 문구의 의미: 약관에 ‘과실 여부를 불문하고 보상’이라고 적혀 있어도, 이는 과실이 없어도 ‘배상책임이 인정되는 한’ 보상한다는 뜻이지 배상책임이 없어도 보상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문구를 단정적으로 설명하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단지·시설 계약은 보장 공백 점검: 단지에 재산보험과 책임보험이 함께 있을 때, 사고 유형별로 어느 보험이 작동하는지 미리 정리해 두면 사고 후 분쟁 소지를 줄일 수 있습니다. 의무보험 가입만으로 모든 손해가 자동 보장된다고 안내하지 않도록 유의합니다.

4. 고객에게 설명할 때의 문장

“재난배상책임보험은 법으로 가입이 의무화된 보험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손해가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보험은 ‘내가 남에게 법률상 배상책임을 지는 경우’를 보장하는 책임보험이어서, 배상책임 자체가 인정되지 않으면 보험금이 나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화재처럼 여러 보험이 얽히는 사고는 어떤 보험에서 무엇이 보장되는지 성격이 다르니, 단지·시설의 보장 내용을 함께 확인해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 글은 보험 상담 실무를 돕기 위한 일반 정보입니다. 의무보험의 보장 범위, 책임보험의 지급 요건, 보험자대위의 성립 여부는 실제 약관 문언, 배상책임 인정 여부, 사실관계 등 개별 사정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개별 사안의 법률 판단으로 사용하면 안 됩니다.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law.go.kr) 판례 원문 보기 · 사건번호 2022다252936, 대법원 2024. 7. 11.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