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건 개요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는 상해·질병 관련 보험에 가입하면서 청약서에 최근 5년 이내 고혈압 진단 또는 투약 사실이 있는지를 묻는 서면 질문에 사실과 달리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이후 피보험자가 백혈병이 발생하자 보험금을 청구했고, 보험회사는 뒤늦게 고혈압 진단·투약 사실을 확인해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했습니다.

원심(서울고법)은 고혈압 진단·투약 사실이 상법 제651조가 정한 ‘중요한 사항’에 해당하고, 서면으로 질문된 사항이므로 고지의무 대상이며, 이를 사실대로 알리지 않은 것은 고의·중과실에 의한 고지의무 위반이라고 보아 계약 해지가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계약자 측은 고혈압과 백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으므로 해지 자체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상고했습니다.

2.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상법 제651조와 제655조의 규정 취지를 정리하며 ‘해지권 발생’과 ‘개별 사고에 대한 지급책임’은 서로 다른 문제라고 보아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상법 제651조 = 인과관계 요건 없음 고지의무 위반으로 인한 계약해지는 고의 또는 중과실 + 중요한 사항 불고지·부실고지 요건만 갖추면 성립. 보험사고와의 인과관계는 요구되지 않음.
상법 제655조 단서 = 지급책임에 관한 규정 ‘위반 사실이 보험사고 발생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음이 증명된 때’에는 보험금 지급책임이 유지될 수 있음. 이는 보험금청구권의 존부에 관한 규정이지 해지권을 없애는 규정이 아님.
해지권과 지급책임의 분리 같은 위반 사실이라도 계약 해지는 인과관계와 무관하게 인정될 수 있고, 개별 사고에 대한 지급책임은 인과관계 여부에 따라 별도로 판단됨.
이 사건의 결론 고혈압 미고지와 백혈병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 사정만으로 계약해지 자체를 막을 수는 없음. 다만 인과관계가 없다는 점이 증명되면 상법 제655조 단서에 따라 해당 보험사고에 대한 보험금 지급책임은 원칙적으로 소멸하지 않으며, 그 범위에서 해지의 효력이 제한됨. 이러한 이원 구조를 전제로 해지를 인정한 원심 판단은 정당. 상고 기각.

3. 보험설계사 실무 시사점

‘인과관계가 없으니 해지 못 한다’는 오해 주의: 계약자 응대에서 ‘내 병과 이번 사고는 관계가 없다’며 해지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법원은 해지 자체는 인과관계와 무관하게 유효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 오해를 상담 초기에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신 ‘이번 사고에 대한 지급책임’은 별개로 다퉈볼 수 있음: 상법 제655조 단서는 지급책임에 관한 규정이므로, 인과관계가 없다는 점이 증명되면 그 사고에 대한 보험금은 남을 수 있습니다. 계약자에게 ‘해지 = 지급 거절 확정’이 아니라는 점을 정확히 안내하세요.
인과관계 없음의 입증은 이를 주장하는 측이: 상법 제655조 단서상 위반 사실이 사고 발생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은 이를 주장하는 계약자 측에서 증명해야 합니다. 진료 기록·진단서·의학적 자료를 사고 발생 초기부터 확보해 두시도록 안내해 두면 좋습니다.
사전 청약서 단계에서 예방이 우선: 해지의 효력이 인과관계와 무관하게 미친다는 점은, 결국 고지의무 위반 자체를 만들지 않는 것이 분쟁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향이라는 뜻입니다. 청약서의 병력 질문은 애매하면 알고 있는 사실은 그대로 기재하도록 반복 안내해 주세요.

4. 고객에게 설명할 때의 문장

“고지 안 하신 병과 이번 사고가 서로 관계가 없더라도, 대법원은 계약 해지 자체는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상법 제655조 단서에는 ‘위반 사실이 사고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점이 증명되면 그 사고의 보험금 지급책임은 원칙적으로 소멸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따로 있어서, 계약 해지와 이번 사고의 보험금 지급은 나눠서 다퉈 볼 수 있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청약서를 쓰실 때는 애매한 병력도 그대로 알려 주시는 것이 분쟁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이 글은 보험 상담 실무를 돕기 위한 일반 정보입니다. 고지의무 위반의 효과와 인과관계 판단은 실제 약관, 고지 내용, 사고 원인 등 개별 사정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개별 사안의 법률 판단으로 사용하면 안 됩니다.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law.go.kr) 판례 원문 보기 · 사건번호 2010다25353, 대법원 2010. 7. 22. 선고 · 원심 서울고법 2009나94744